[그래프DB ①]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네오포제이까지, 시대를 기다린 ‘지식의 망’
2026.02.02 11:10- 작성자 관리자
- 조회 1,766
| 잠들어 있던 그래프DB, AI 환각 방어선으로 ‘화려한 귀환’
| 지식 파편 엮는 온톨로지 기술, 지능형 에이전트 사고 설계도로 부상
5년 전, 국내 IT업계를 강타했던 기술이 있다. 바로 그래프DB(Graph Database)다. 데이터를 정형화된 틀에 가두지 않고 데이터 간의 관계를 기억한다는 점에서 그래프DB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가장 닮아있다. 관계를 토대로 다양한 인사이트를 발굴할 수 있기에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당시 국내 IT산업은 미흡한 기술 생태계와 성숙하지 못한 시장이었기에, 그래프DB는 ‘어렵고 비싼 기술’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아킬레스건인 ‘환각’ 이슈가 그래프DB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식의 체계를 정의하는 온톨로지와 관계를 추적하는 그래프DB를 결합해 AI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해법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제 그래프 DB는 단순한 저장소를 넘어, AI가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하게 만드는 ‘사고(思考)의 설계도’로 재정의되고 있다. 3회에 걸쳐 그래프DB를 조명해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네오포제이까지, 시대를 기다린 ‘지식의 망’
온톨로지와 그래프DB는 근래에 개발된 개념과 기술이 아니다. 현실 세계의 지식을 AI를 포함해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개념’과 ‘관계의 망’으로 정의하는 개념인 온톨로지는 존재론이라는 철학 용어에서 출발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물의 본질과 존재를 분류하는 체계를 세우며 기틀을 마련했고, 17세기 초 야콥 로르하르트가 온톨로지아(Ontologia)라는 용어를 문헌에 처음 사용하며 형이상학의 한 분야로 정착시켰다.
오늘날 흔히 말하는 온톨로지의 개념은 1990년대 데이비드 파워스라는 AI 연구자가 AI 시스템이 실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지식 구조로 온톨로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굳어졌다. 톰 그루버라는 AI 연구자는 “온톨로지란 개념화의 명시적인 명세”라고 정의하며, 오늘날 데이터 기술에서의 표준 정의를 확립했다.
최근에는 파편화된 대규모 데이터를 통합해 조직의 의사결정을 돕는 빅데이터 분석 및 AI 운영체제 플랫폼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가 온톨로지를 강조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5가지 객체 유형의 간단한 온톨로지 예시. 항공 산업 데이터셋 내에서 몇 가지 속성과 관계를 보여준다. (출처: 팔란티어)
그래프DB는 1960년대 트리 구조를 지원하는 초기 DB 모델로 등장했다. 이후 1980년대 논리 데이터 모델 등에서 점(Node)과 선(Edge)을 연결해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적용된 그래프 개념이 명문화됐다. 이후 2007년 네오포제이가 그래프 DB 상용 솔루션을 출시하며, 개념에서 상용 제품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일반적인 그래프 DB 형태와 주요 특성
국내에서는 2021년 NoSQL DB가 부각되면서 해당 진영의 대표 주자로 그래프DB가 주목받았다. NoSQL은 관계형DB의 핵심 중 하나인 SQL을 부정하며 ‘SQL을 사용하지 않는다(No SQL)’, 혹은 ‘SQL만 사용하지는 않는다(Not only SQL)’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이는 단순히 ‘SQL을 쓰지 않는 것’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비정형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다. 특히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관계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NoSQL은 RDB가 겪게 되는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각됐다. 덕분에 그래프DB는 이상 거래 탐지(FDS), 추천 시스템, 소셜 네트워크 분석 등 정교한 연결 고리 파악이 필수적인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네오포제이, 타이거그래프 등 글로벌 기업부터 엔코아, 비트나인(現 SKAI), 메가존(타이거그래프 총판사) 등 기업들이 국내에서 그래프 DB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노드, 관계, 속성 등 용어 의미
온톨로지와 그래프DB의 상관관계를 정리하면, 온톨로지가 데이터의 맥락과 규칙을 정의하면 그래프DB는 온톨로지라는 추상적인 설계도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실행하는 도구인 셈이다. 최근에는 온톨로지를 설계해 AI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를 제공해 결정을 내릴 때 그 근거와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게 만들고, 그래프DB가 이를 물리적으로 저장하고 탐색해 AI가 추론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 기술이다.
이와 관련해 엔코아 정성재 온톨로지컨설팅팀 수석은 “온톨로지는 특정 비즈니스나 산업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관계를 정의해 AI가 데이터를 사람처럼 이해하도록 돕는 사고의 기준 프레임이다. 그래프DB는 이 프레임을 점과 선의 형태로 저장해, AI가 정의된 관계를 따라가며 실질적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다. 이 두 가지는 생성형 AI가 단순한 확률적 생성을 넘어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정의했다.

온톨로지와 그래프DB 상관관계 및 역할 비교
‘높은 장벽’으로 인해 관심 줄어
2021년 당시 그래프DB는 국내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필요성에 비해 도입비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구축 과정에서의 기술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에는 온톨로지를 설계하기 위해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개념과 관계를 일일이 정의해야 했으며, 이를 구현할 그래프DB도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았다. 전문 인력의 부족은 물론, 데이터를 일일이 연결하는 작업 자체가 기업에는 부담이었다.
기술적 장벽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당시 시장에 나왔던 타이거그래프와 같은 솔루션들은 대용량 스케일아웃(Scale-out) 처리 능력은 뛰어났지만, 그래프DB 용 SQL인 ‘GSQL’이라는 전용 언어를 다루기가 매우 어려워 일반 개발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성능은 좋지만 사용이 어려워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프DB 특장점
또한 당시의 컴퓨팅 인프라 환경과 시장 생태계 역시 그래프DB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식을 구조화해 놓더라도, 이를 통해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활용 시나리오가 부재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구축한 고성능 인프라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있으면 좋은 기술(Nice to have)’ 정도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AI 환각 해결하는 현실적 해법으로 ‘재조명’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생성형 AI라는 명확하고도 거대한 수요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래프 기술이 단순히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AI의 고질적인 문제인 할루시네이션을 해결하고 정확도와 설명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기술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LLM 자체가 온톨로지 설계 초안을 잡고 데이터 매핑 과정을 반자동화하면서, 과거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던 구축 비용과 난이도 문제가 해소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환경의 발전과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솔루션의 등장, 그리고 쿼리 언어의 표준화 등도 그래프DB의 재부상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이 그래프DB 사업에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그래프DB의 화려한 복귀를 방증한다. 네오포제이에서 그래프 질의 언어인 사이퍼(Cypher) 설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국제 표준 그래프 질의 언어인 GQL(Graph Query Language) 프로젝트 리더 겸 에디터로 활동한 스테판 플랜티코(Stefan Plantikow)가 MS 패브릭 그래프(Microsoft Fabric Graph)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클라우드 및 데이터 시장의 강자인 MS가 스테판 플랜티코를 영입했다는 점은 그래프DB 기술을 자사 AI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내재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테판 플랜티코는 현재 스페인 지사 MS 패브릭 그래프 팀에서 수석 엔지니어로서 GQL 표준을 MS의 AI에 적합하도록 엔진에 적용하고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은 베타 버전까지 출시됐으며 올해 안으로 정식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온톨로지를 담는 그릇인 그래프DB는 ‘데이터 저장’ 방식에 따라 RDF(Resource Description Framework)와 LPG(Labeled Property Graph)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속성과 관계를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LPG 방식의 그래프DB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디테일리 박재현 기자
기사 원문 보기 [그래프DB ①]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네오포제이까지, 시대를 기다린 ‘지식의 망’
| 다음글 | [그래프DB ②] ‘앵커링’과 ‘트래버싱’으로 맥락 증명…성패 가르는 ‘모델링’ | 2026-02-03 |
|---|---|---|
| 이전글 | 엔코아, '2026 이머징 AI+X 톱 100' 선정…'AI 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 부문' 2년 연속 이름 올려 | 2026-01-14 |